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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RDS

150419 종현의 프리스타일, 작곡특집


오늘 종현의 프리스타일은 제가 세상에 내놓은 소중한 아이들이죠, DJ 종현의 작곡 특집으로 함께합니다.


1. Like You

  이 곡은 어떻게 보면 푸른밤을 시작하고 어느 정도 서로 알아가는 시기, 그때 즈음에 공개했던 곡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너 같은 여자'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여자, 좋아하는 너'라는 중의적인 의미로 Like You라는 제목도 붙여봤고 가사도 그렇게 풀어봤는데. 사실 사연을 보내주신 분들 중에서 연애를 막 이제 시작하시려는 분들 사연을 보면서 이런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이런 사람을 어떻게 만났을까?' '어떻게 너 같은 사람을 내가 세상에서 만났을까?' 이런 설렘을 가진 문자와 사연들이 많았어서 거기에서 영감을 얻어 썼던 곡이네요. 가족분들 기억하시나요? 이 Like You라는 노래가 나갔을 때 다들 문자와 미니로 랔유, 랔뀨 하시면서 되게ㅎㅅㅎ 뭐랄까, '수고했어요 쫑디~' 이렇게 보내주셨던 기억이 나는데.

  (노래 나간 후) 제가 이런 느낌의 곡을 많이 쓰진 않는데. 이렇게 산들거리는 느낌의 신나는 곡은 많이 쓰지 않는데, 어쨌든, 여름이라 이런 감성도 갖고 있었군요 제가.


2. 미안해

  이 곡은 가사가 너무나도 이기적인 곡이에요. '이제 넌 아직도 많이 힘들지? 근데 난 이제 괜찮아, 난 이제 널 잊고 편하게 잘 지내고 있어, 어떡하지? 그땐 내가 너에게 되게 미안했는데, 그리고 지금도 미안해.' 이런 가사가 주를 이루는데, 우리 가족분들이 이 시간대 되면, 푸른밤 나갈 때 즈음 되면 다들 감수성에 젖어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할 때가 있죠. 구여친, 구남친에게 다시 만날 마음이 없어도 괜히 미안한 마음을 전달한다거나, '잘 지내니? 그때 내가 미안했는데' 등등등.. 그런 이야기를 보내실 수도 있는데. 이 곡 듣고 그냥..노래 듣고 마시라구. 연락은 하지 마시라며ㅎㅅㅎ 이런 곡을 썼던 기억이 나네요.


3. U & I

  이 곡이 사연이 있거나 가족분들 사연에 맞춰 쓴 건 아니었고, 우리 가족분들에게 '이제 여러분들의 사연을 들려주세요, 제가 듣고 싶어요, 제가 그걸로 우리 푸른밤을 더 탄탄하게 꾸려보고 싶어요'라는 생각을 담은 곡이었습니다.


4. 하루의 끝

  개인적으로 푸른밤과 너무 잘 어울리는 곡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가족분들도 많은 위로를 받았을까 싶은 곡이기도 하고, 이 시간대에 들으면서 그냥 포근히 잠들 수 있는 발라드 곡인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이 곡에 되게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어요. 아이유 씨 곡 중에 '하루 끝'이라는 곡이 있어요. 근데 제가 곡을 다 쓰고, 가사도 다 쓰고 제목도 '하루 끝'. 그때는 사실 '하루 끝'이었어요. 딱 정했는데 왠지 '하루 끝'이 되게 눈에 익숙한 거예요. 아 뭐지? 하다가 혹시 있나 싶어서 검색하다가 '아 맞다, 지은이가 하루 끝이라는 곡이 있구나. 아 이렇게 겹치면 안 될 것 같은데?' 해서 '하루의 끝'으로 수정을 하고 아이유 씨에게 얘기를 했었어요. 장난으로, "그냥 하루 끝으로 하면 안 돼?ㅎㅅㅎ" "안됩니다.(단호)" 갑자기 존댓말을ㅋㅋㅋ "예 알겠습니다 하루의 끝으로 할게요ㅎㅅㅎ" 했던 기억이 갑자기 나네요. 그때도 아이유 씨가 듣고 이 노래 되게 따뜻한 것 같다고 얘기를 해줘서 고마웠던 기억이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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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미니멀하고 따뜻한 악기들의 사운드가 푸른밤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편곡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귀여운 소리나, 산뜻하거나 따뜻한, 좀 친절한 악기의 구성을 좀 짜보려고 노력을 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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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Happy Birthday

  푸른밤 진행하면서 제가 보사노바가 푸른밤과 참 잘 어울리는 것 같단 얘기를 자주 했었는데, 이 곡도 보사노바 장르의 곡입니다. 우리 가족분들 '생일이에요~' 하면서 많은 사연 보내주시는데, 그때마다 '생일 축하를 해줄 수 있는 곡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근데 마냥 기존에 존재하는 '생일 축하해, 신난다~ 너무너무 행복하다~' 이런 뉘앙스보다는 조금은 차분한 곡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좀 비뚤어졌나요, 많이?ㅎㅅㅎ

  왠지 원래 있는 곡처럼 신나는 곡, 행복한 곡 말고 조금은 차분하고 어떻게 들으면 우울할 수도 있는 그런 곡이었으면 한다는 추상적인 생각이 있었는데, 우리 가족분들이 보내주신 사연에 맞춰서 디테일을 만들어나갔던 곡이죠.


6. 내일쯤

  이 곡은 공개한 날 이야길 드렸던 것처럼, '힘들어, 힘들어' 그럴 때, '야 힘내' 이 말보다는 차라리 '힘들 땐 좀 쉬고 굳이 힘 안 내도 돼. 내일쯤 힘내도 되고, 네가 한 달쯤 우울하고 힘들더라도 나는 그냥 옆에서 묵묵히 이 자리에 있을 테니까 언제든 너 기분 내킬 때, 힘 날 때 돌아와서 나한테 이야기해주면 돼'라는 가사를 이루고 있습니다. 사실 제가 우리 가족분들에게 항상 힘내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그런 말을 하면서 좀 죄송한 기분이 있어요. 그래서 가끔은 힘냄, 그리고 씩씩함을 강요하지 않는 DJ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그 마음이 노래로 표현된 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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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가족분들이 보내주신 사연을 바탕으로 가사를 쓰다 보니까, 음..뭐라고 하지. 사실 제일 어려워요! 제가 하는 작업 중에.휴ㅅ휴 태어나서 해 봤던 작업 중에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일단 저는 여러분들에게 말씀드렸듯이 가사를 쓰고 곡을 쓰는 경우가 많아서, 제 나름의 습관이고 작업 방식인데, 이 코너 진행 할 때는 가사가 있으면 안 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가사보다는 멜로디를 중점적으로 쓰고, 그 이후엔 가사를 붙이다 보니까 이게 좀 어렵더라구요. 근데 확실히 이 코너가 그리고 푸른밤이 저에게 음악적인 부분도 좀 더 고민하고 발전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전 참 고마운 코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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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산하엽

  산하엽이라는 제목은, 꽃 이름이에요. 이슬이나 비에 젖으면 하얀 꽃잎이 투명하게 변하는 상당히 신기한 꽃입니다. 마치 판타지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신기한 꽃인데, 이 꽃을 제가 개인적으로 알고서 가사를 한 번 쓰고 싶다고 막연하게 메모를 해놨었는데. 어떤 가족분이 인생을 시간과 꽃에 빗대서 표현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보내주셔서, 그러면 이 꽃이 시간에, 빗물에 젖으면 투명하게 변하지만, 존재 자체가 사라지진 않잖아요. 그런 것들에 비유하고 꽃에 빗대서 한번 풀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어떻게 보면 우리 가족분들이 그런 소스를 제공하지 않았으면 세상에 못 나왔을 수도 있는 가사로 한 번 곡을 써 봤습니다. 근데 이 곡 좀 우울해서.. 너무 늦은 시간에 들으면ㅎㅅㅎ 걱정이 되긴 합니다.